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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찰

두근두근 인권으로 in(인권소식지 5월호)
등록일 2020-07-27 15:00:11
부서명 본청 감사 인권보호 인권보호
조회수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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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인권으로 in 5 @ross-teck / unsplash 경찰청 인권센터人 사람X인권경찰 경찰장애인차별금지법을 통해 바라본 풍경 노희정 변호사 노희정 법률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인권소위원회 위원 어떤 지체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버스에 올라 어디론가 이동하고자 한다. 장애가 없는 사람 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평범한 활동이지만,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인에게 버스를 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우선 어떻게 버스에 오를 수 있을까? 버스에 휠체어 승강 설비가 설치되어 있어야만 한다.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가 있다. 그런데 그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공간이 없다면 어떨까? 버스 통로를 가로막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사자도 보는 이도 안타까운 풍경이다. 이 상황을 소송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을 차지했다. 여기 한 청각장애인이 있다. 이 사람은 극장에 가서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 그러나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별도 자막이 필요하다. 많은 극장은 이런 조치를 쉽게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소송을 통해서도 개선할 수 있을까? 우리 법에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약칭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그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 법은 매우 독특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즉, 이 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직접강제 규정이다. 보통 법원은 사인 간의 사건에서 일방 당사자 에게 돈을 주라는 것 외에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하라고 직접강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장애인차별에 관하여 일정한 조치를 직접강제할 수 있다. 앞서 본 지체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앞선 상황을 개선해볼 수 있다. 함께하는 인권경찰@doug-maloney / unsplash 2017. 12.경 서울고등법원은 한 버스업체에 대하여 휠체어 전용 공간을 확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버스가 전용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버스구조의 일부 변경에 따른 비용이 막대하지 않은 점 등에서 법원에서 전용 공간 확보라는 적극적 조치를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화관 사업자는 시청각 장애인들이 관람하려는 영화 중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제공받은 경우 이를 제공하라.” 라고 주문했다. 또한 위 법원은 청각 장애가 있는 관람객에겐 보청기기도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영화관 사업자가 이에 항소하였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이다. 운이 좋아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엄청난 희생과 노력의 목표가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그런 노 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풍경들을 엿볼 수 있다. 단지 운이 좋을 뿐인 나,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세상에 그러한 풍경도 있음을 짤막하게 소개해본다. 함께하는 인권경찰仁 자애X경찰 희망 전도사, 경찰의 또 다른 이름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맘때만 되면 가정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고,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카네이션도 달아 드리곤 한다. 5월 8일 어버이날 오후, 여느 때와 같이 사건처리로 분 주한 광주북부경찰서 형사과에 어디선가 많이 본 청년이 들어선다. ANyTHing Hungry HELPS God Bless @steve-knutson / unsplash “배가 너무 고팠고, 아무 희망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작년 10월 동네 마트에서 빵과 피자, 컵라면을 훔친 죄로 경찰에 검거되어 조사를 받았던 김희망(36세, 가명)씨다. 큰 죄를 지었다며 머리를 연신 숙이던 청년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2018년까지 산업용 기계의 유효기간을 점검하는 일을 했던 김씨는 건실한 노동자였다. 그 러나 불의의 사고로 허리를 다치고 철심 6개를 박아 척추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급격히 나빠진 몸으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다시 일자리를 잡으려 해도 건강이 여의치 않아 취업을 할수 없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유일한 혈육인 동생마저도 연락이 끊겨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생활자금이 바닥나게 되었고,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삶 속, 고시원에 누워만 지냈다. 꼬박 열흘을 굶었다. 배고픔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동네 마트 앞에서 한동안 서성이다 결국 출입문을 깨고 들어갔다. 허겁지겁 식료품을 품에 안고 고시원으로 향했고 좁디좁은 방에 웅크려 앉아 가져온 음식을 입에 털어 넣었다. 허 기가 달래질 무렵,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렇게 체포된 김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김씨의 사연을 알게된 형사들은 허리가 아픈데다 우울증이 심해 자살 고위험 군이던 그를 우선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주거 지와 일자리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김희망씨가 자신을 검거해 조사했던 광주북부 경찰서 형사팀을 찾은 것이다. 무슨 일일까? 그 사연을 광주북부경찰서 형사로부터 들어보았다.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광주북부경찰서에서 형사팀장으로 근무하는 김동일 경감입니다. Q 들어보니 참 좋은 일을 하셨던데, 김씨가 어버이날 웬일로 경찰서를 찾아온 건가요 A. 예전에 절도죄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저희가 도움을 주었던 것이 고마웠나 봅니다.아마도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였겠지요 Q 김씨의 근황은 어떠하던가요 A. 사실은 작년 절도사건 이후에 병원에 입원 치료하면서 사정이 딱해서 무엇이라도 도와주고싶은 마음에 형사들이 나섰죠. 여러 기관을 다니며 알아보던 중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휴 먼스라는 기업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와 면접을 보고 입사했습니다. 지금은 정직원이 되어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도 노랗게 물들여서 생동감 있어 보이더라구요(웃음^^) Q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A. 포스코휴먼스는 장애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설립한 국내 1호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입니다. 포항제철소 등에서 나오는 근로자 작업복 등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하는 일로 초봉이 약 3,000만원(주거비 300만원 포함)이고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되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자리로 말 그대로 양질의 일자리이죠. Q. 우와~ 좋은 회사인데 경력도 없고 건강도 좋지 않아 취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작년 10월 말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형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전략을 좀 짰습니다. 면접을 위해서 청년일자리카페에서 정장과 구두를 빌리고 포항까지 차로 동행하면서 차 안에서 예비 면접을 하면서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도 알려주었습니다. 면접관의 예리한 질문에는 형사들이 나서서 착한 심성과 사람됨을 얘기하며 안심시켰습니다. 면접을 보고 광주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합격통보를 받게 되었지요. 형사들과 같이 얼싸안고 환호성을 하며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Q 보람 있으셨겠네요 A. 그날은 형사들이 모두 즐거워하며 경찰관으로서 삶에 보람을 느꼈죠. Q 취업한 지 7개월 정도 지났는데 경찰서는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요. A. 과거 불우하고 비관만 하던 본인의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은 본인도 몰랐나봐요. 그게 다 형사들이 도와 준 덕이라고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온 것 같습니다. 심성이 착한 친구에요. Q 찾아와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A. 지난 해 회사 합격 통보를 받고 포항에 내려갈 때 김삼곤 강력팀장이 차비에 보태라고 5만원을 주었습니다. 그 돈을 갚겠다며 찾아왔습니다. 비타민 음료도 두 박스를 사왔더라구요. 함께 나눠 마시며 한 참을 얘기나누다 돌아갔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함께하는 인권경찰Q. 형사의 입장에서 이런 일을 경험해보니 어떠한가요. A. 형사는 그저 범죄자를 잡아 법에 의해 처벌하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들의 업무는 본의 아니게 그 대상자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측은지심'이 형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게 곧 한 사람의 인생을 이번 사례처럼 바꾸는 결과도 낳게 된 것이지요. 형사들이 범죄자에게는 단호하고 무섭기까지 하지만 돌아보면 정이 참 많은 사람들입니다. 아마 저희 광주북부서뿐 아니라 대한민국 형사 누구라도 그리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시민이 원하는 형사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A. 과찬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경찰관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면 그만이지요. 불쌍한 사람 도와주고 범죄자는 검거해서 수사 잘해서 법대로 처벌 받게 하고... 그것이 아마 제가 경찰에 입문할 당시 초심 아닌가 싶습니다. Q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일선 현장에서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A. 작은 일을 이렇게 과찬해 주시고 알아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번을 기회로 우리의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좋은 소식 많이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광주에 한 번 들리십시오 ^^ 그리 길지 않은 전화통화였지만 남도의 구수한 사투리 속에 형사의 풍성한 인심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김희망씨는 이날 경찰서를 찾기 전 자신을 용서해 준 마트를 찾아 사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포항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씨는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형사들과 면접을 보러가서 함께 찾았던 호미곶 바다, 그 추억이 이제 그 곳을 터전으로 살아 가는 그의 인생에 희망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달리는 차창 밖 너머로 포항의 아름다운 석양이 드리워진다. 글. 박원식 인권보호계장 함께하는 인권경찰작은 것과 적은 것이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고 고맙다.귀하게 여길 줄 앍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아름답게 여길 줄 알며또한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데서 맑은 기쁨이 솟는다. 법정, 스스로 행복하라 @tabio-franca /unsplash이렇게 운영하는 「현장인권상담센터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인권 보호를 직무의 중심에 두고 수행해야 하는 경찰의 역할을 상기해 볼 때 현장에 꼭 필요한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 「현장인권상담센터」는 불편한 감시자가 아니다. 경찰행정에 인권의 활력을 불어 넣는 협력 자이다. 활용의 가치에 따라 경찰의 인권수준을 높이고 함께 상생하는 협력자의 역할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다. 국민에게 수혜가 돌아가고 경찰 신뢰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현장동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다. 글. 손정은 경사 [현장인권상담센터 운영 관서 현황 및 연락처] 현장인권상담센터 위치 전화번호 종로경찰서 본관 지하 1층 02-3701-4049 강남경찰서 별관 3층 02-3673-9390 영등포경찰서 민원실 내 02-2118-9890 송파경찰서 본관 1층 안내실 옆 02-3402-6114 금천경찰서 민원실내 02-801-5394 수원남부경찰서 민원실 내 031-899-0115 부천원미경찰서 민원실 내 032-680-7114 성남분당경찰서 민원실 내 031-786-5092 안양동안경찰서 민원실 내 031-478-7309 인천미추홀경찰서 민원실 내 032-717-9736 ※ 평일 09시30분~12시30분, 14시~17시로 운영(토·일·공휴일 제외) 함께하는 인권경찰隣 이웃X국민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센터」, 경찰의 협력 파트너로 경찰관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체화된 국가이다. 동네 어귀를 시도 때도 없이 지나는 순찰차, 수사나 교통단속 현장 등 어디서든 늘 시민과 함께 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지만 때론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스스로 권한을 절제 하고 약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경찰활동은 가장 근본적인 인권보호 활동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 시민은 경찰 권한 행사에 불신을 갖기 마련이다. A씨는 일행과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되어 다른 사람을 폭행했다. 급기야 112신고가 되어 경찰 관이 출동했다. A씨는 경찰의 신분증 요구에 순순히 응하고 CCTV에 영상이 확보되어 있으니 경 찰 서에 나중에 출석한다고 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지구대를 거쳐 경찰서에 인계한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A씨는 경찰에게 불법한 체포를 당했다며 인권 관련 민원을 제기한다. 이러한 민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A는 형사당직팀에 근무하고 있다. 아침부터 형사팀 사무실에 민원인B가 찾아와 욕설을 하고 다른 직 원들에게 위해를 가하려 해 제지하려고 손을 잡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B는 경찰관이 사람을 때린 다며 소리를 지른다. 다른 경찰관이 와서 설명하고 진정시키려 해도 경찰관은 다 같은 편이라며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 이럴 때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부터 인권 관련 민원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경 찰서에 현장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운영 중에 있다. 특히 올 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0개 경찰서에 설치 운영하여 많은 상담 수요에 따른 실질적인 운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장인권상담센터」에 배치된 인권전문 상담위원은 경찰권 행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주장 및 민원상담 뿐 아니라, 집회시위 현장이나 지구대, 파출소 등 현장까지 찾아가는 상담도 실시 한다. 또한, 경찰의 체포부터 조사, 유치장 입감시까지 수사전반에 대한 인권침해 감시 및 예 방과 법률상담 · 자문을 위해 '유치인 면담제'도 실시한다. 함께하는 인권경찰문화로 보는 사람이야기 : “필름 안 인권” 세대를 뛰어넘는 상처의 공감대 벌새 김보라, 2018 <벌새>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어떤 시대에도 있었을 법한 조용하고 맑은 아이의 시선으로 한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에는 가정폭력이 대물림 되는 부권적 사회환경, 차별과 학벌주의를 심화시키는 교육, 개발시대의 폭력적 분위기와 그 시대를 견딜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딸을 키워본 적도 없고 폭력을 견디며 살아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영화 〈벌새의 은희가 겪어 내는 일상적 폭력에 놀랐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에도 개인적 경험이 넘쳐났다.자란 여성들이 그렇게 많았다니, 가부장 제도는 가정 내에서 위계를 정하고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기저인 동시에 밖으로 국가폭력 구조를 작동시키는 최소단위라는 생 각이 들었다. 은희가 겪는 폭력은 보호자들에게조차 남매간의 소소한 다툼으로 인식되기에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일상화된 폭력을 은희 혼자 감내해야 한다. 집은 그녀에게 안락한 공간이 아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차별과 폭력이 구조화되어 있다.마음 붙일 곳 없는 은희는 내내 떠돌아다닌다. 남자친구를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래의 여자 후배와 마음을 주고받지만 그 또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한문 선생님 영지만이 은희에게 눈을 맞춰주고 어깨를 내어주는 어른이다. (감독은 은희와 영지의 두 캐릭터를 통해 성장기의 자아와 어른이 된 자아를 동시에 드러낸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하는 개발사회의 한 모퉁이에서 은희는 영지마저 빼앗기고 만다. 영화는 내내 은희의 마음을 읽어주지 않는(더 나아가 읽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보 여주지만 그럼에도 은희는 단단한 내면의 자아를 키워낸다. 존재감도 없고 허당처럼 보이 지만 차 한잔이라도 대접을 받으면 고마운 마음을 누르지 못하여 또박또박 손글씨를 눌러 답례 편지를 쓰는, 은희는 그런 아이다. (은희가 글씨를 쓸 때마다 자기 이름자 뒤에 마침표를 꼭 눌러 찍는 야무진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눈물이 날뻔했다.) 영화 〈벌새>는 <유열의 음악앨범>과 같이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유열의 음악앨 범>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을 내세워 추억을 소환한다면 <벌새〉는 같은 해 발생한 성수대교 사건을 통해 동시대의 상처를 위무한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 세대에게 20년 전의 상처를 보여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권위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았던 '아비의 부재'는 세대를 넘는 상처의 공감대 아닐까. <벌새>는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우리 세대의 아픔을 조용히 일러주며 눈을 맞추는 그런 영화다. 글. 이준형 경감認 알다X문화 문화로 보는 사람이야기 : 독서 에세이 “책장에서 펼친 세상” 을로 살아가는, 을로 죽어가는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한 사람이 자살했다. 죽기 직전에 고인은 서툰 글씨로 자신을 도와 준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감사하다'는 메모를 남겼다. 애지중지 키우던 막내딸에 게는 '사랑한다'고 적은 봉투 하나를 남겼다. 봉투 안에는 꼬깃꼬깃한 오만원권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도 '감사'와 '사랑'을 떠올린 그 사람은 거룩한 종 교인이나 학식이 높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무실과 화장실과 옷장과 부엌이 놀랍도록 일체 화된, 고인이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공간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람들은 비로소 그가 견뎌야 했던 고통에 주목했다. 고인은 59세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경비원이 또? 뭔가 기시감이 들어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몇 년 전의 경비원 분신 사건이 검색된다. 이 번엔 분신이 아니라 투신이다. 방법만 달랐지 원인은 유사하다. 경비원을 노비처럼 여기는 몰지각과 삐뚤어진 신분의식, 열악한 노동환경, 주변의 방관과 무관심,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분위기, 구제수단이 없는 사회시스템 전체가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조문 행렬이 이어지지만 우리는 또 고인의 명복을 빌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잊을 것이다. 급조된 분노와 대책 없는 망각은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려 노력하는 사람의 희망을 끊는다. 대책이 없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을'들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죽어간다. 경비원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나는 하필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임계장'은 직책의 이름이 아니라 '임시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30년 넘게 공기업 직원으로 일 하고 퇴사한 저자 조정진(63세)씨의 인생 2막은 아파트와 빌딩 경비실에서 펼쳐졌다.임계장 이야기 맨몸뚱이 외엔 딱히 내놓을 것이 없는 노인 노동자들은 경비, 청소, 간병과 같이 고되고 기 피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고령의 육체가 견뎌낼 수 있는 노동의 한계가 명확하듯, 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인격적 모멸감에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모멸감을 견뎌내는 일에는 댓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부당한 처우 속에서 온갖 노동을 강요받지만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작가 조정진은 버스회사 배차담당을 시작으로 24시간 교대제인 아파트 경비원과 빌딩경 비원 병행하는 중노동을 감수했고 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다가 쓰러져 해고되었다. 틈 틈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서 수십권의 노동일지를 기록한 필자는 병상에서 원고를 완성 했다.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써내려간 르포르타쥬이면서도 삶이 문학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주옥같은 문장들이 두드러진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어? 사 람이라면 어떻게 석면가루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 받을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사람' 이라고 생각 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p.22) 이토록 자조적인 말을 충고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들에겐 이 또한 엄혹한 현실 아닐까. <임계장 이야기는 우리가 흔하게 보아 넘긴 고령 노동자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끝도 없이 명복을 빌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사회에서 을로 살고, 을로 죽어 가는 많은 사람에게 빈 어깨라도 내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책. 글. 이준형 경감문화로 보는 사람이야기 : "예술로 만난" 어머니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Louise Bourgeois (1911 - 2010) Maman, 1999일본에서 진행한 전시회에 학교대표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대학 시절의 일이다. 도쿄 전역 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큰 규모의 전시였는데 전시 기간 중 우연히 거대한 거미를 보았다. 어떤 작품보다 기억에 남은 이 작품은 화려한 건물 사이로 아주 크고 위태롭게 서 있다가 내게로 걸어오는 듯한 환상을 선사했다. 1911년, 루이스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나 집안 대대로 태피스트리화랑을 운영하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 절을 보냈다. 작가는 '나의 모든 영감은 내 삶의 한순간에 자리 잡은 어린 시절, 교육, 프랑스 에서 나온다고 회고했다고 한다.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이주한 작가는 다양한 재료들로 작업을 하지만 60 살이 다 되도록 무 명작가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1970년대 들어서야 겨우 주목을 받은 루이스는 1982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개최하였고, 1999년 베니스 비엔날 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최고의 여성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2000년대엔 90대 고령임에도 숱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어머니를 위한 서사 그리고 용서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마망 Maman>은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어머니에 대한 연대감 등 유년의 기억을 토대로 모성과 경외감, 두려움을 거대한 크기와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로 표현했다.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한 것일까. 가냘픈 다리 위에 얹혀진 거 미의 거대한 몸통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거미의 몸통은 안정적으로 지면과 가까 운 데 반해 마망의 거미들은 알을 품은 상태에서 그 알을 보호하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다. 거미는 어머니의 상징이다. 거미줄을 치듯 태피스트리 작업을 하던 어머니를 표현한 이 작품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 이자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다. 노년의 부르주아는 꽃 그림에 치중한다.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로 따듯함과 충만한 에너지를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꽃은 보내지 못한 편지와 같다. 아버지의 부정, 어머니의 무심을 용서해준다.꽃은 내게 사과의 편지이자 부활과 보상의 이야기이다. 꽃(Les Fleurs) 2009 그녕의 작품세계는 남자에 대한 증오로 시작됐지만, 훗날 그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연민의 존재라는 자각으로 발전한다. 여성은 연약하며 상처를 받기 쉬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강한 남성도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을 보는 작가의 눈은 나아가 여성은 남성성을, 남성은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남녀는 적이 아니라 상생의 관계'임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monique-carrati / unsplash 경찰인권센터 경찰인권센터편집·디자인 : 문은영 학예연구사 (saddy0412@polich.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