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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찰

'00충'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등록일 2018-09-21 00:00:00
부서명 관리자
조회수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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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속의 칼
벌레의 탄생 ‘○○충’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혐오가 늘 흉기와 물리적 폭력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맘충’부터 ‘틀딱충’까지, 사람을 벌레로 만드. 는 곳은 랜선 위를 서슴없이 가로 지르는 점잖은 논리 들이다. “내가 당해 봐서 아는데”, “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일부몰지 각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건 사실이거든.
랜선 밖으로 나온 벌레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욕설과 함께 민폐를 끼치는 미성년자들은 ‘급식충’ 으로 불린다.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방치하면 ‘맘 충’이 된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노인은 틀니를 딱딱거린다고 ‘틀딱충’이다.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루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설명충’ 이며, 이렇게 ‘○○충’ 의 유래와 사회적 문제를 짚는 글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진지충’이다.
‘○○충’은 지역혐오와 수구보수 이데올로기의 진원지였던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 이용자들을 ‘일베충’이라 부르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설명충’이나 ‘진지충’, 모든 글에 ‘좋아요’를 날리는 ‘따봉충’까지는 젊은 세대의 기발한 신조어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역 균형 기회 균등 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생들을 ‘지균충’, ‘기균충’이라 부르고 성소수자가 ‘X꼬충’ 으로 비하당하기에 이르면 다만 인터넷 향유층의 독특한 언어 습관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혐오의 민낯, 이제는 직시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일부 서비스 업체들이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맘충’ 문제는 이미 인터넷 뒷담화를 넘어섰다. 지하철 노인 무임 혜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간다. 자리 타박하는 노인이나 자기 아이를 잘 돌보지 않는 엄마들을 보고 불쾌해하는 수준을 넘어 집단 전체를 상대로 노골적인 혐오가 가시화된 셈이다.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한두 사람의 경험담이 확산되기 시작하고, 이에 동조하는 제2, 제3의 이용자가 거들면, 아무런 민폐나 ‘진상’을 부리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도매급으로 ‘벌레’가 된다. “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