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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찰

두근두근 인권으로 in(인권소식지 11월호)
등록일 2020-11-30 11:20:40
부서명 본청 감사
조회수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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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인권으로 in
            아르테미아 젠틸레스키 자화상, 1639
            런던 로얄 아트 컬렉션
            경찰청 인권센터INTRO ART
            시민과의 문화 예술을 통한 소동으로 경찰관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분기마다 한 번씩 개최되던 (경찰청 인권아카데미>가 올해는 COVID-19로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꼭 얼굴을 맞대야만 능사가 아니기에 궁리 끝에 소식지 지면으로 인권아카데미를 대체하기로 했다.
            예술은 당대의 관습과 세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한 시대를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도 한다. 기상천외한 상상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것도 예술이고, 기존의 질서에 억눌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예술의 역할이다. 그런 견지에서 이유리, 임승수 작 가의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은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찰관에게 꼭 필요한 교양서다.
            세상은 계속 진보하고 그에 따른 인식도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다. 예기치 못한 질병과 자연 재해의 등장, 그에 상응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우리는 세상의 새로운 질서에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 질서를 유지하는 숭고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변화를 읽고 이해하는 열린 사고의 경찰관!!
            경찰청 인권아카데미의 기획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이 책의 저자 이유리 작가를 이번 달의 지면 강좌에 초청했다.사람x인권경찰
            당신의 이름 이유리, 저서 [화가의 마지막 그림], [검은 미술관], [빛나는 아이(변역서)] 등 외 강연
            안녕하세요? 작가 이유리입니다. 지면으로나마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년에 신문에서 여성 치안 컨트롤 타워인 여성안전기획관을 경찰청에 신설했다는 소식을 본 기억이 납니다. 여성의 안전 확보에 경찰청이 앞장 서는 것 같아 감사했어요. 더불어 어둑 어둑한 골목 사이로 손전등을 들고 순찰하는 경찰 분들을 보며 안심했던 날도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여성대상 범죄에 맞서 최전선에서 분투중인 경찰의 노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난 남성만큼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을까라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안타깝지만 여성대상 범죄를 근절하려는 노력들이 여성 들이 체감할 만큼 충분히 와닿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작가 리베카 솔닛도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이런 말을 적었습니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여성 혐오자나 강간 범은 아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모든 여자는 다 그런 남자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여전히 여성들의 생활공간 주변 곳곳에는 성폭력의 그림자가 넘실거리고 있고, 성폭력 피해여성을 보는 사회의 시선들도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여성들의 현실을 담아낸 그림 몇 점을 보며 지금부터 여성들의 안전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 고자 합니다.
            HELP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10살, 7살 두 딸이 기계적으로 합창을 합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자기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해야 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받은 교육인 것 같은데, 듣는 순간 저는 어쩐지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거절의 표현을 안 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했던 사회의 손가락질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의식이 아이들에게 확실히 표현하라는 교육으로 이어진 것만 같은 느낌에 당황스러웠습니다.이 교육이 과연 효과는 있을까요. 그 위급한 상황에 싫어요. 안 돼요 같은 말이 나올까요. 오히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성 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진짜 효과 있는 생존요령을 따로 은밀히 교육받습니다. 성폭력 당할 것 같을 때 도와주세요 라고 소리치면 아무도 안 나오니까 대신 이렇게 외치라고요.. 불이야!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널 강제로 끌고 갈 때 사람들이 안 도와 줄 수 있어. 자기가 이 아이의 아퍼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내버려 두거든. 대신 아이 에게 끌려가더라도 주변 가게의 물건들을 다 부수고 돌멩이로 유리창을 깨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 가게 주인이 배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막을 거라고요.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해주다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며 서글퍼졌어요. 왜 저는 어린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생존기술로 말해 줘야 하는 걸까요. 이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서는, 여자아이들에게 만지지 마세요를 말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남자아이들에게 허락 없이 만지면 안돼라고 가르치는 게 먼저 아닐까요. 가해자가 없어지면 피해자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가부장제는 남자는 원래 짐승 이라며 여성들에게 알아서 단속을 잘하라고 세뇌 해온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바티스트 그뢰즈(Jean Raiptiste Grelize, 1725~1805)의 1763년 작 깨진 거울도 그런 교훈을 알려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장 바티스트 그뢰즈, [깨진 거울], 1763년 캔버스이 유채, 런던 월러스 컬렉션어수선하게 어질러진 방 한가운데,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방 못지않게 그녀의 차림새도 흐트러져 있네요. 머리는 헝클어지고, 드레스는 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풀어 헤쳐진 상태입니다. 발밑에는 산산이 조각난 거울이 떨어져 있는데, 그걸 보는 여성의 표정은 절망과 수심에 가득 차 있네요.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깨진 거울은 처녀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장치이고, 짖고 있는 개는 충동적인 감정을 상징합 니다. 즉 이 작품은 그림 속 여성이 중동에 사로잡혀 정절을 잃었다고 훈계하는 그림인 셈이죠. 당시 중상층 여성들에게 처녀성의 상실이란 가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불명예스러운 일이었 습니다. 이제 그녀의 평판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깨진 거울을 안긴 남성은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남성은 결혼 전이나 후나 뭇 여성과 자유롭게 성 생활을 했고, 그렇다고 손가락질 받지도 않았거든요. 그뢰즈의 깨진 거울처럼 남성들이 결 혼전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교훈화가 그려진 적도 없었습니다. 남자는 원래 짐승이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의 몸이 아니라 행동을 통제할 목 줄 아닌가요? 하지만 비난은 언제나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성폭행 사 건이 일어나도 피해자는 “네가 여지를 줘서, 옷을 헤프게 입어서 그런게 아니야? 라는 질문을 받곤 하죠.
            이탈리아의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3~1653)의 그림 수산나와 장로들에도 성폭력에 고통 받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수산나와 장로들, 1610년
            캔버스에 유채, 독일 바이 센슈타인 성구약성서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인물인 수산나는 어느 날 목욕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 하게 됩니다. 존경받는 원로인 두 장로가 나타나 다짜고짜 성관계를 요구한 것이죠. 하지 않으면 수산나가 외간 남자와 간통했다고 거짓 고발하겠다고 협박했어요. 하지만 수산나는 굴 복하기보다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합니다. 온몸으로 공포와 절망, 혐오를 표현하고 있는 수산 나, 그림에서 확인 가능하시죠? 그런데 운명이라는 제 참 얄궂어요. 젠틸레스키는 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던 것일까요.. 그녀는 이 그림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친구이자 그림스승이었던 아고스티노 타시라는 자에게 성폭행을 당했거든요
            그림 속 수산나는 이후 장로들의 거짓 고발 때문에 간통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후일 이스 라엘의 지혜로운 예언자가 된 다니엘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었고, 두 장로는 죄의 심판을 받았 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성경과 달랐어요. 21세기인 지금도 여성이 성폭행혐의로 남성을 고발하면 법정을 오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겪습니다. 경찰분들은 일선에서 많이 접하실 테니 실상을 더 잘 아실 거예요. 하물며 17세기라면, 피해자의 아픔이 지금보다 더했 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겠지요. 무려 10개월간의 지난하고도 괴로운 법정 소송이 이어졌 습니다. 젠틸레스키는 모멸감을 누르고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고 합니다. 타시는 나를 침대 모둥이로 집어던졌다. 한 손으로 내 가슴을 누르고 내 다리 사이로 무릎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젠틸레스키는 피해자였음에도 위증방지용 이라며 엄지손톱을 조이는 고문을 당하고 남성 판사 앞에서 공개적으로 부인과 검사도 받는 등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유죄판 결을 이끌어냈지만 가해자인 타시는 실제 징역을 살지도 않았다고 해요. 젠틸레스키는 피해자 였음에도, 그리고 승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망치듯이 고향인 로마를 떠날 수밖에 없 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다를까요? 지금도 성폭행 피해자는 승소를 하더라도, 이미 그 과정 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곤 합니다. 이처럼 남성 가해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여성들이 아무 리 성폭력을 피하려고 노력하거나 피해 사실을 입증해도 고동은 온전히 피해자의 것입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할 일 아닌가요?
            언젠가 늦은 귀갓길 으슥한 골목길을 걸어간 적이 있습니다. 지치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앞서가던 여성의 걸음이 유독 빨라지고 다급해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얼른 휴대 폰을 꺼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제 목소리가 들리게끔 일부러 큰 소 리로 통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그녀의 걸음 속도가 잦아들더군요. 아마 이와 비슷 한 경험을 한 여성들이 많을 겁니다. 언제까지 이런 불필요한 에너지를 일상에서 쏟으며 살아 야 할까요. 도대체 가부장사회는 언제까지 여성 피해자에게 성폭력의 책임을 물을까요.. 이제 그 화살을 남성에게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도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셨 으면 좋겠습니다.
            그 여자가 창녀처럼 옷을 입은 게 아니야. 네가 강간범처럼 생각한 거지.함께 읽고 나누는 이야기 : 인권 기자단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정소완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인권과 존엄을 가지기 위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강릉서 권리는 쟁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기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작
            품을 통해 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주시원 인간이 인갑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더불어 그 소 (강릉서 망과 희망을 말하고 평등과 평화 그리고 그 권리를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세계에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한다.
            박성욱 돈과 권력에 맞선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을 통해서 (동부서 풀어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기주의, 개인주의를 권하는 자본주의에서 사람 사는 향기를
            잃지 않으려면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금 인식할 기회가 되었다.
            강익선 이제 시의 시대는 끝났다. 곧 지루한 산문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경찰청)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싸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들에게
            비루하기만 한 이 손가락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윤여찬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일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세상을 정확히 투영하고 있는 예술작 (수원서 품들임은 확실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저절로 나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문을 걸며 외면하려
            했던 우리들의 문제를 깨닫게 해준다. 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기 위해 양팔을 걷어붙인 유디트의 억셈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담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윤은하 예술가의 활동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사회와 예술은 함께 서서히 바뀌어 왔음을 (수성서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는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며 예술적 성취를 드높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라는 KTS선언문을 발간한 공연예술가들의 모임도 세상을 바꾼 예술가들과 그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미뿐만 아니라 사회참여라는 의미로 예술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해준 책입니다.
            KTS (Korea Theatre Standards) 한국공연자치규약
            문정남 작가는 사회지향적인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사회를 변모께 해왔는지 주목한다. (서울기동) 우리는 이따금 관객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불편한 작품을 만나곤 한다. 애써 외면했던
            진실에서 관객은 생각을 하게 되고 비판을 해본다. 이것이 사고에 영향을 줘 결국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여성, 흑인, 인디언, 사회 소수자 등 다방면의 약자들의 인권 신장에 기여한 예술 작품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송주리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세상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 사람다운 삶을 가지 (평택서 고자 노력했던 지구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 동시대를 살아가며 자신의 재능인
            예술을 통해 세상의 불의와 맞서 사운 용감하고 위대한 예술가들의 용기에 숭고해졌다. 과거 예술가들의 인권실현을 위한 한걸음에 나도 용기를 내어 발을 내민다.
            윤흥용 대한민국 경찰, (저서) 8·15 해방과 더불어 시작하여 영욕의 세월을 겪었다. 사회질서유지와 정의 사회구현을 위한
            명분으로 국민들로부터 매로는 사랑을 받았고 때로는 지탄을 받았다. 국가권력이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지를 무수히 많은 사건들로부터 배웠다. 모두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반면교사로 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되지 않을까. 각자의 위치에서 , 각자의 그대로
            김영우 예술은 사회적 형상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들라크루아 작품 속 (마포서) 민증들은 마치 현재를 살아가며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 표현하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했다. 과거와 현재가 없는 동시대 약자들을 대변하고 이끌어서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책을 감상하며 익숙했던 작품들을 다시 접하고 생각하면서 아름다 움만을 추구하지 않고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깊은 울림을 주는 등 다양한 의미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삶을 가리켜 고해라고 한다. 그렇기에 삶의 쓴맛을 잊게 해주는 달콤한 순간이 선물처럼 인생에서
            한번쯤은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 마법과 같은 시간을 반추하며 남은 생의 고해를 견딘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이 그때의 기억에 갇힐까 봐 두려워하며 고해로 나아간다.
            누구에게나 삶에 의미가 되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
            정약용, 고해
            문화로 보는 사람이야기 : 독서 에세이 책장에서 펼친 세상
            세상을 바꾼 예술
            베토벤보다 불온하고 프리다 칼로보다 치열하게
            이유리, 임승수
            길을 여는 자들, 남성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성 미술가들 세상에는 수많은 최초들이 있다. 그리고 많은 최초들은 여성이라는 단어와 함께한다. 작가 이유리는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이라는 글을 열면서 미술사의 획을 긋는 여성 미술 작가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아르테미시아 젠털리스 키 (1593~1652)는 서양미술사에서 금니의 영 역에 도전한 최초의 여성 화가로 평가받는다. 여성은 예술 작품의 재현 대상일 뿐, 결코 예 술 작품을 생산해내는 주체는 될 수 없었던 미술사에서 주체적 이미지를 가진 유디트를 그린 것은 고무적이었다. 고향을 해방하기 위 해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살해하는, 능동적인 유디트의 이미지는 이전의 유디트에 대한 달 콤하고 감각적인 묘사와는 사뭇 다르다. 젠털 리스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정의를 실 현하는 여성을 캔버스에 등장시킴으로써 여 성을 공적 영역에 위치시킨 것이다. 진될레스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드) 1618년경더는 내 몸을 타자화하지 않겠다는 의식, 여성은 그저 매혹적인 몸을 가진 대상적 존재가 아니라는 선언적 행위들은 젠털리스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많은 여성 화가들이 있었다. 직업 모델이었던 쉬잔 발라동 (1865~1938)은 홀로 분투하며 그림을 공 부하였고 자애로운 어머니도 아름다운 젊은 여자도 아닌 그저 현실적이고 삶을 살아 가는 여성들을 그렸다.
            프리다 칼로 (1907~1954)는 미술계에서 다루어진 바가 없는 출산과 유산, 낙태, 월경과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려서 금기를 깼다. 척추환자용 지지대에 의존하고 있는 자화상, 유산과 낙 태를 표현한 자기 표현적 그림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렇기에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성은 주체적인 모습으로 재현될 때만 페미니즘적인지, 소위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캔버스 위에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페미니즘적인지 질문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익명의 페미니스트 여성미술가들, 게릴라 걸즈(1985~)의 활동에서 이 질문의 해 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Do women have to be naked toget into the Met. Museum?
            Less than 5% of the artists in the Modern Art Sections are women, but 85% of the nudes are female. 
            GUERRILLA GIRLS
            게릴라 걸즈, (여성이 매드로 풀리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벌거벗어야 하는가). 1989년
            게릴라 걸즈는 여성이 누드화의 주제로서만 미술관에 들어가고, 작가로서는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현실을 표현하였다. 이를 반추해보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은 아직 충분하게 재현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수동적인 여성을 그렸다고 해서 그 자체로 반드시 제미니 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동적인 여성상이 그 이상으로 재현되었을까? 저자는 여성 미술가라는 말 자체가 남성들이 만들고 있는 기존 사회에 여성들이 합류 하는 것을 특별하고 남다른 일로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 성미술가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불행이라고 말한다. 사실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을 드러내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두 명 정도 미술계에 거장인 여성이 등장하 였다고 하여서 갑자기 세상이 평등해졌다고 하면 그것은 허상이다. 보편이라는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여성을 등장시키는 작업은 그 자체로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이야말로 그 언젠가에 올, 여성이 보편의 반대로 사용되지 않을 날에 대한 초 석일 것이다.
            인권 소식지 기자 글,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성폭력대책계 고병진 행정관자애x경찰
            인권토론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 수 있을까? - 인권을 모르는 인권기자단의 인권 교육영상 촬영기 1편 -
            지난 9월, 경찰청에서 인권소식지 기자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참여를 통해 인권에 대해 배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다.
            으휴. 그놈의 인권! 지구대에서 근무할 당시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피해자를 돕고 싶어 하던 내가, 지구대 5년차 근무를 하다 보니 인권 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났다. 도대체 나의 인권은? 경찰관의 인권은?
            내가 지원서에 작성한 내용이다. 현장경찰관이면 누구나 느끼는 인권이라면 징글징글하다. 라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으니 선발 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 일? 떡~ 하니 인권기자단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인권친화적인 활 동을 해야 할 것 같은 사명감까지 생겼다.
            이렇게 인권기자단에 선발된 덕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경찰청에서 수사권 개혁 시행 시점에 맞춰 인권친화적인 권한 행사와 관련한 인권교육 영 상을 제작하는데 현장 경찰관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형식적이고 일방적으로 전달 하는, 늘 그랬듯 나에겐 딱히 와 닿지 않는 그런 영상이겠거니 했는데 현장 경찰관이 근무하며, 겪는 사례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한다는 말에 관심이 갔다.
            TV 대담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장면을 내가 직접 참여해 만든다니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현 장 경찰관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사전 인터뷰 날...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인권센터 관계자 두 명과 현장 경찰관 두 명이 마주보고 앉았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감도는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싸우러 온 사람같이 투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니 내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에 적극 공감 해 주는 분위기를 느꼈다. 수사권 개혁에 따라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함께 우려와 불안이 공존하는 현 시점에서 인권의 문제, 경찰권 확대로 인한 수갑 사용,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 국가 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한 현장경찰관 생각 등 예상한 것보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현장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불만과 어려움을 솔직 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촬영해도 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에에 했다.
            사전 인터뷰를 마친 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엇갈렸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했는데, 대립이 아닌 화합이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입장,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남이 아니라 우리는 동료 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청이 인권교육 영상에 현장 경찰관의 이야기를 반영하려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인권 이야기만 나오면 잔뜩 날 서 있던 내가 몇 시간의 대화만으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촬영이 며칠 뒤로 다가왔다. 내가 현장의 모든 경찰관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더 나은 현장을 만드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준비된 모습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 음에, 인권 자료를 읽고 관련 지침도 공부했다.
            이번 교육영상이 사전 인터뷰에서 내가 느낀 마음처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인권친화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영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당최 이해도 안 되고 모르겠던 인권이 어느새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인권 소식지 기자 글. 충북지방경찰청 청주흥덕경찰서 김한솔 경장알다x문화
            문화로 보는 사람이야기 : 필름 안 인권
            AGEOUT
            A.J.에드워드, 2018
            얼마전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한 젊은이가 깊은 밤, 일이 너무 풀리지 않아 자살을 기도하며 홀로 산을 올랐다. 그런데 그날따라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말을 걸며 챙겨주었고 결국 자살은 이들의 관심 때문에 하지도 못하고 살아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죽기 위해 어둠을 헤치고 올라간 그가 아침 햇살이 비치는 정상에 서는 양손에 환한 빛 - 랜턴과 음식을 쥐고 있더라는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한 사람의 생과 사가 바뀐 셈이다.
            에이지 아웃(Age Out)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리치는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성장한 고아. 그러나 18세가 되자 그가 머물던 청소년 보호시설에서조차 쫓겨나야 하는 체 지가 된다.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그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막노동으로 근근이 의식 주를 해결하지만 늘 금전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동네 불량배의 부추김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350달러(한화 40만원 정도)의 돈을 위해 그가 머물던 거주지를 관리하는 집주인을 살해한 것.
            경찰의 조사와 압박에 서둘러 그를 쫓는 과거로부터 달아나 보지만 술과 마약, 절도와 방화, 폭행 등 범죄의 유혹에서부터 자유롭기 힘든 것은 새로운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완전한 위탁 가정과 청소년 보호시설로 상징되는 청소년을 향한 사회의 최소한의 관심과 안전망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겨우 18세 청소년이 스스로를 온전히 지켜내기는 힘에 부치는 현실을 영화는 리치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준다.이들은 어두운 세계에서는 범죄의 도구로만 사용되고 밝음의 세계에서는 잠재적 범법자 혹은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미는 유일한 빛은 새로운 지 역에서 만난 조안,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져 속내를 털어놓을 시점에 조안의 사망한 어머니가 그가 살해한 집주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책과 괴로움에 빠진 리치는 그녀에게 사과의 편지를 남기고 그를 쫓던 경찰에 스스로 찾아가 죄를 자백한다.
            마지막 장면은 조안이 교도소에 갇힌 리치와 면회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를 저주하고 원망하면서도 편지를 보내는 조안. 리치를 위해 기도하고 세상에 의지할 이 아무도 없는 그를 이해해 주며 미워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너를 찾아온 거라고 말 해주는 조안. 그녀는 청소년의 범죄와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꾸짖고 계도하면서도 앞으로 창창히 남은 이들의 미래를 위해 믿고 응원해주는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타 작품들과 언론을 통해 늘 다루어지는 팬하고 흔한 메시지이지만 영화는 다시금 리치와 조안을 통해 청소년 범죄와 이를 대하는 어른과 사회는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 다. 청소년 범죄를 일선에서 대하는 경찰 역시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영화 속 경찰이 리치를 대하는 태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속 경찰의 모습은 범죄를 밝히고 법 집행에 관여하는 징계자의 이미지일 뿐 리치의 성장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죄를 대할 때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처벌 이후에는 청소년의 발전과 내면적 성숙을 이끌 어내는 사회를 대표하는 어른으로 경찰의 역할이 확대되는 모습도 영화에 담겨져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인권 소식지 기자 글, 강원지방경찰청 강릉경찰서 정소완 행정관 ● 독서와 영화 후기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경찰청인권센터
            편집 디자인 : 문은영 학예연구사 (saddy0412@police.go.kr)